정철(正鐵) 총통은 전쟁에 가장 긴요한 것인데도....
1593년9월14일(乙丑). 맑다. 정철(正鐵) 총통은 전쟁에 가장 긴요한 것인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만드는 법을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 온갖 연구를 거듭하여 조총(鳥銃)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는데, 왜적의 조총보다 훨씬 뛰어나서 명나라 사람들이 진중에 와서 시험 삼아 쏘아 보고는 좋다고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미 그 묘법을 알아냈으니 도내(道內)에서 같은 모양으로 넉넉히 만들어 내도록 순찰사와 병사에게 견본을 보내면서 공문으로 알렸다.
-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 난중일기] - 에서 발췌
1543년 포루투갈 상인들에 의해서 일본에 전해진 조총은 임진왜란 당시 최첨단 무기로서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임진왜란 전에 조선통신사로 갔던 선비들이 조총을 들여와 조정과 임금에게 소개 하였지만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 버렸습니다. 16세기 세계변화의 물결을 감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순신은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계사년 8월에는 선조임금께 정철총통을 개발한 내용의 장계와 함께 다섯자루를 잘 봉하여 올려 보냅니다. 그러나 정철총통은 임진왜란 동안 한번도 역량을 발휘한 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왜적의 조총보다도 더 성능이 좋은 정철총통이었건만 별로 활약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철총통으로 무장한 부대를 전투에 투입하고, 정철총통을 잘 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고, 그 부대를 운용 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체계가 없었던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들이 열심히 개발 해놓은 우리 스스로의 기술개발력을 신뢰하지 않은것도 문제이지만 판매가 안되는 것도 문제 입니다. 애써 개발된 제품의 사용자가 많아야 더욱 더 성능이 개선되고 또 많이 팔려야 업그레이드된 품질 좋은 차기 모델이 나올텐데 내수에서부터 밀리니까 더 이상의 기술개발은 어렵게 되는것입니다.
더우기 요즈음은 사내기술개발을 넘어서 기술 융합시대입니다. 서로 힘을 합하고 핵심기술들을 융합하여 연구개발에 소용되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인력들을 절감하면서도 성능과 수익성을 향상 시키는 그런 제품들을 세상에 내어 놓아야 하는 그런 시대 입니다.
이것은 CEO의 혁신적인 사고와 확고한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순신이 아무리 신무기를 개발하여도 선조임금과 같은 무관심과 수수방관자적인 자세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영업직이라도 우리 회사의 기술개발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남의 일 보듯이 수수방관하지 말고 함께 힘을 보태고 정보를 공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내가 CEO라면 좀 더 확고한 의지로 기술개발팀을 응원하고 지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 이부경 010-2228-1151/pklee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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