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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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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홀로 결정 안하고 부하 의견 중시
그에게 “조조, 사마의, 제갈량 가운데 현대 조직 사회에 가장 걸맞은 리더를 꼽으라면 누굴 들겠는가”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도 조조의 장점을 열심히 열거하던 그는 “유비”라고 답했다.
“물론 제갈량, 사마의, 조조도 리더로서 훌륭한 자질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유비를 꼽은 이유는,
앞서 말한 세 인물은 모두 개인 기량이 대단히 뛰어나고, 그래서 홀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비는 ‘지지(支持)형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유비가 가진 개인적 역량 자체는 걸출한 것이 못 됩니다.
문(文)으로 치자면 지략 면에서 제갈량과 어깨를 겨누는 방통에 범접하지 못하고,
무(武)에선 중국에서 신으로 숭배받는 관우에 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유비는 그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문관과 무관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인재들을 기용해 능력을 꽃피우게 만든 용인술(用人術)입니다.”
그는 그러나 기업 여건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무나 시장 상황이 비교적 단순한 기업에선 조조의 방식이 성공하기 쉽습니다.
반면 업무가 복잡하고 변화가 급할수록 유비형 방식이 성공하기 쉽습니다.
간단하고 단순한 업계는 통제해야만 잘 돌아가고,
복잡한 쪽은 전문가들이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조직이 잘 돌아가게 마련이니까요.
지금까지는 조조형 리더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기업 문화가 바뀌면서 유비의 방식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제갈량, 디테일 보면서도 큰 그림 놓치지 않아
그는 또 이상적 중간 관리자로는 제갈량, 이상적 일선 직원으로는 조자룡을 들었다.
“제갈량은 만사 일처리가 착실하고 디테일을 잘 보면서도 큰 그림을 놓치지 않습니다.
위로는 보스의 신임을 얻고 아래로는 병사들의 존경을 받았지요.
조자룡은 능력이 뛰어나고 충성심이 강했습니다.
조조가 형주를 공격해 유비가 달아날 때 조자룡은 품에 유비의 어린 아들 아두를 안고 단기필마(單騎匹馬)로 적진을 돌파했습니다.”
삼국지에 나온 영웅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은
우수한 인재를 자기 밑에 두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재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기업마다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려고 애를 쓰는 오늘날, 삼국지 영웅들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
“삼국지에서 아주 많이 알려진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삼고초려(三顧草廬)입니다.
유비는 제갈량을 얻고자 세 번이나 몸소 제갈량이 사는 누추한 집을 찾아갔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첫째는 큰일을 하는 사람은 항상 겸손하고 자기를 낮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차를 마시고 있는데, 다도를 예로 들어 말하자면 인재는 물이고 조직은 찻잔입니다.
찻잔에 물을 따르려면 찻잔이 아래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항상 자신을 낮춰야 합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점 역시 삼국지의 교훈이다.
방통은 굉장히 못생기고 세련되지 못해서 처음엔 유비가 좋아하지 않았다.
유비는 방통을 뇌양현이라는 변방의 작은 마을을 다스리도록 발령 냈지만, 방통은 그 일을 너무나 못해서 면직됐다.
나중에 방통의 재주를 높이 산 제갈량이 그를 다시 중앙으로 불러들여 군대 지휘를 맡긴 뒤에야 방통은 능력을 발휘했다.
“우리 손을 보면 굵은 손가락은 엄지, 제일 긴 것은 중지, 활동을 가장 안 하는 약지, 이런 식으로 손가락마다 하는 일이 다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손가락이 적재적소에 있어야 건강한 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엄지가 굵어서 좋다고 손가락이 전부 다 엄지가 되거나 전부 다 긴 중지가 되려고 한다면 그런 손은 기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유비의 밑엔 우수한 인재가 많았습니다. 인재를 모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
“하루에 천 리를 간다는 전설 속 천리마가 좋아하는 것은 넓게 뛰놀 수 있는 초원입니다.
그래서 만약 천리마를 가지고 싶다면 그런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것이 유비가 제갈량을 데리고 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둘째,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빵을 나눠 주지 말고 젊은이들 스스로 빵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비가 제갈공명에게 준 비전은 대단히 유혹적이었습니다.
유비가 천하 통일이라는 커다란 대의를 이루기 위해 제갈량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셋째로는 구성원들의 능력에 따라 각기 다른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비교적 능력이 약하고 평범한 집단에는 편안함과 만족을 보장해 주면 족합니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나고 자존감이 강한 구성원이 모인 집단에서는 그런 만족감만으로는 직원들을 붙들어 둘 수 없습니다. 이상이나 이념, 가치관을 실현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들이 자아를 실현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비전을 줘야 합니다.”
―유비는 말년에 관우를 잃고 상심한 나머지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무리하게 오나라를 침공하다가 실패하고 맙니다.
때로는 이처럼 리더의 무리한 아집이 조직에 큰 위기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이런 실패를 범하지 않기 위해 리더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
“먼저 지도자는 정서가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역사의 사례를 보면 정서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면 전부 실패합니다.
사업을 할 때는 고민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그러니 ‘갖가지 시험에 부닥칠 때 내가 이런 불안정한 정서를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고 자신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로는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해선 안 됩니다.
리더가 정신을 잃으면 주변 사람들이 옆에서 잘 보필하고 조언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서유기를 보면 손오공이 삼장법사에게 화도 내고 때론 제멋대로 굴기도 합니다.
손오공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능력이 뒷받침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조직에서) 능력이 있는 사람은 화를 내거나 상사에게 대들어도 어느 정도는 ’저 사람은 그래도 일은 잘해’라고 수용이 됩니다.
하지만 능력도 없는 이가 그렇게 군다면 화를 자초하는 것이겠지요.
이런 문화적 패턴, 인간관계 같은 부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를 사는 우리도 과거에 조직에서 적용됐던 규칙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Weekly BIZ>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