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한을 풀고 오다.
2004년.
내가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기 시작한 해다.
갓 중학교에 입학하여, 장래희망이라든지 인생의 목표와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지
도 않았던 나이였다. <불멸의 이순신> 을 계기로 나는 인생의 멘토를 '충무공 이순신 장군' 으로 정하고 그를 닮고자 노력했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완벽했던 이순신.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를 닮고자 하지만 나같은 범인(凡人)은 평생을 바쳐도
충무공의 발끝도 못 따라갈 것 같다.
충무공을 닮기 위해 분주했던 그 5년간,
나는 아산 현충사에 여러번 갔었다.
현충사 본전의 이순신 장군 영정 앞에서 향을 피우고 당신을 닮고 싶노라고
당신의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빌기도 했다.
그리고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울돌목에 가서 명량해전의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다.
물살 우는 바다.. 그 격랑 위에서 고군분투했을 충무공을 떠올리며
나 역시 험난한 인생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고자 했다.
지난 5년 간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정작 충무공의 숨결이 아직도 남아 있는
남해 바다 일대(통영/한산도)를 가보지 못했단 것이었다.
중학교 졸업 시즌 때 친구들과 졸업 여행으로 한산도 탐방을 계획하기도 했지만
비용과 교통 문제가 만만치 않아 포기했었고,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공부하느라
그럴 기회 조차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이제는 수능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이순신 파워 리더십 버스> 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고,
수능이 코 앞이지만 이번 방학 때 역사적인 현장을 답사하겠다는 내 계획에 따라
부모님을 설득하여 마침내 6차 통영/한산도 행에 동행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개인 여행을 좋아한다.
여럿이 가는 것보단 혼자 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으며, 충무공과 1:1 로
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한산도 제승당에 갔을 때에도 훌륭한 가이드 선생님의 강연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러다 충무공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겠다는 불안감 때문에
몰래 대열을 빠져나와 홀로 충무사로 향해 장군의 영정을 바라보며 향을 피우고 오기도 했다. (물론 가이드 선생님의 강연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참배 후에 강연을 들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 개인 여행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단체 여행 역시 장점이 있고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순신' 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모인 우리들이기에
기존의 내가 겪었던 수련회나 수학 여행처럼 이탈자가 발생하지 않고
다들 답사에 열심히 임했기에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는 느낌이 들었다.
낯선 외지에서 나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큼 행복하고 든든한 것은
없다. 또한 길을 잃을 염려도, 시간에 쫓길 염려도 없다.
우리는 일정대로 이미 예약된 코스를 , 전문적인 길라잡이의 가이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안에 알차고 확실하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꼽으라면 역시 '한산도' 가 아닐까 싶다.
세계 4대 해전 '한산 해전' 이 바로 이 한산도 앞 바다에서 벌어졌다는 사실.
그 바다를 계속 바라보며 400년전 충무공과 휘하 장수들.. 그리고 이름 없는
조선 수군 모두가 함께 하여 침략자의 야욕을 꺾어버린 통쾌한 해전을 떠올렸다.
충무사에 가서는 철릭 입은 장군의 영정을 오래도록 들여다 보았다.
당장이라도 외적이 침탈해온다면 영정 속에서 뛰쳐나와 군사들을 독려하여
적들을 맞아 싸우실 듯한 기세의 충무공을 보며 든든하단 생각이 들었다.
수루에 올라서는 '한산섬 달 밝은 밤에' 로 시작되는 <한산도가> 를 낮게
읊으며 한산도 앞 바다를 바라봤다. 내가 지금 서 있던 이 자리에
400년전 충무공께서도 서 계시며 왜적으로 인한 근심에 빠져계셨겠지.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5년의 한을 풀었다.
드디어 장군의 숨결이 남아 있던 한산도를 찾아 장군의 혼을 달래드렸던 것이다.
이제 내 앞에 남은 것은 수능이라는 또 하나의 관문이다.
사실, 공부는 내가 하는 것이지만 가이드 선생님의 '영정 앞에 소원을 하나씩 빌어라'
는 말씀에 염치없게 수능 좀 잘 보게 해달라고 빌었다.
수능 때문에 당분간은 리더십 버스에 동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수능이 끝나면 난중일기 한 권 들고 홀로 한산도에 가보고 싶다.
또한 리더십 버스와도 종종 함께 하여 한산도 외에 다른 전적지를 탐방해보고 싶다.
이순신 파워 리더십 버스와 같은 단체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P.S 이번 6차 함께 하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부탁드렸듯이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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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준 학생.. 좋은 내용 잘 읽었다.!! 어떤 칭찬 보다, 자랑스런 생각이 든다.
부디~ 공부 열심히하여 목표했던일 이루기 바란다. 화이팅^&^ 리틀 이 순신^^** |
2009.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