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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에게서 배우는 리더십

작성자 이부경

등록일 2010-01-25

조회 75,197

아이팟(iPod)과 아이폰(iPhone)의 열풍으로 디지털 미디어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애플(Apple Inc.)의 CEO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삶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태어나자마자 생모로부터 버림받고 잡스(Jobs) 부부에게 입양되었다. 자신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생하는 양부모를 생각하여 대학을 중퇴한 이후 자신이 좋아하는 전자기기 만들기에 몰두했다. 21세에 애플컴퓨터를 공동 창업하여 급성장시켰지만 30세 때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절망에 빠졌으나 다시 넥스트(NeXT)라는 회사를 통해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한편, 픽사(Pixar)라는 기업을 인수하고 토이 스토리(Toy Story) 등 3D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여 상업적인 성공을 했다. 반면 애플은 잡스를 쫓아낸 지 10여 년간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10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결국 스티브 잡스는 42세 되던 해에 애플의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CEO로 임명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경영관과 리더십에 대해 이러저러한 얘기들이 많지만, 그것이 자신의 드라마틱한 삶을 헤쳐 나가면서 터득한 경험에서 생성된 것인지 혹은 난관을 헤쳐 나가는 천재의 직관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애플의 수장으로 돌아와 그가 이뤄낸 아이맥(iMac), 아이팟, 아이튠즈(iTuns), 아이폰, 앱스토어(App Store) 등의 연이은 성공과정을 살펴보면 그의 경영스타일과 리더십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늘 강조하던 “단순하고 직관적인 것”은 적자에 허덕이던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다시 회생시키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그는 애플컴퓨터의 창업시절부터 복잡한 형태의 컴퓨터를 지양하고 개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제조를 중시했다. 마우스를 도입하여 키보드 중심의 입력체계에서 벗어났고 보다 직관적이고 편리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raphic User Interface, GUI)를 채택했다. 스티브 잡스가 뉴튼(Newton) 제품군을 사장시킨 것은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서였다는 얘기도 있지만 당시 뉴튼은 PDA(Personal Data Assistant)로서 단순하지 않고 사용하기 불편해 대중화시키기 어려운 제품이었기 때문에 과감히 정리됐다.1) 스티브 잡스의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이팟 제품개발에서 발휘됐다. 출시 당시 mp3 플레이어로서 아이팟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들은 많았으나, 1000여 곡에 이르는 파일검색과 작동이 3번의 조작 이내에서 가능하도록 만든 제품은 아이팟뿐이었다. 또한 전화기능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빠르게 작동되기 위해서 아이폰 제조 시 과감하게 멀티태스킹 기능을 제거시켰다. 윈도 모바일 계열의 스마트폰이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만 반응속도가 느려 사용자에게 답답한 인상을 주던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애플은 곧 전자도서기기(e-reader)인 태블릿 제품을 선보이며 이 제품의 운영체제를 아이폰 OS로 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또한 태블릿 제품이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 않도록 결정한 것이라 생각된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에 대한 두 번째 요인으로는 “문화와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들 수 있다. 뛰어난 경영자는 모두 무엇이 돈이 될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스티브 잡스도 새로운 시장에 대해 간파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특히 그는 문화와 미디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관심이 미디어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적절한 사업구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픽사(Pixar)를 인수한 것도 그가 미디어산업에서 3D 애니메이션의 성공가능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음반시장이 디지털화되고 있음을 직감한 그는 아이팟의 시장성을 파악했으며, 소비자들이 스트리밍서비스보다 음원(音源)을 소유하기를 원한다는 사실로부터 아이튠즈(iTunes)의 사업성을 확신했다. 컴퓨터 전문인력이 영화를 제작한다던지 컴퓨터제조사가 mp3 플레이어를 만든다는 것은 뜬금없는 일로 여겨졌을 수 있으나 문화와 미디어에 대한 그의 관심이 사업을 추진하도록 확신을 주었다. 애플은 아이맥(iMac)이라는 예쁜 컴퓨터를 제작하여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했으며 이어폰 색상을 아이팟과 같은 하얀색으로 통일하는 섬세한 배려를 보여주는 등 제조업체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 아이콘(icon) 생산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세 번째로 스티브 잡스는 단순한 기계판매가 아닌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는 그의 경영스타일 중 가장 높게 평가받을 부분으로서 애플의 경쟁력을 향후에도 지속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운영체제를 위주로 판매하는 회사도 아니고, 휴렛패커드(HP)나 델(Dell)처럼 컴퓨터기기만을 전문으로 판매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구글(Google)처럼 오픈 소스(Open Source) 제공자도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애플은 자사의 운영체제를 자사의 단말기에만 장착하여 판매하는 회사이다. 이러한 경영방식은 운영체제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기도 어렵고 단말기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자사의 운영체제와 단말기를 개선하여 의도했던 서비스를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제작하면서 계획했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를 별도로 만들었고 동시에 가장 적절하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단말기를 디자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한 스마트폰 단말기를 지원할 수 있는 운영체제인 윈도 모바일을 개발했지만 단말기별로 다른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공개하여 아이폰에 도전하고 있으나 구글이 기획한 넥서스원(Nexus One)이라는 스마트폰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튠즈(iTunes) 사업은 종합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스티브 잡스의 최고업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아이튠즈는 디지털화되는 미디어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음원 판매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미국레코드공업협회(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 RIAA)와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득시켰다. 복잡한 저작권 문제가 얽혀 있는 음반판매를 아이튠즈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더구나 판매방식은 앨범단위가 아닌 음악파일 단위이며 파일당 99센트에 판매했다.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음악파일을 구입할 수 있어야 파일재생 단말기인 아이팟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튠즈는 단지 단말기 판매촉진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 아이팟 고객을 묶어두는 역할을 했다. 즉, 아이팟이 아닌 다른 회사의 단말기로 교체할 경우 그동안 99센트씩 주고 구입한 음악파일들이 이용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팟의 고객들은 다른 기업의 스마트폰을 구입하기보다는 아이튠즈에서 구입한 음악파일들을 들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애플이 제작해 주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애플은 아이폰을 선보였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아이튠즈와 같은 종합서비스 장치인 앱스토어(App Store)를 만들었다. 앱스토어는 음악파일이 아닌 어플리케이션(프로그램) 파일을 판매한다. 스티브잡스는 아이튠즈와 앱스토어의 성공을 기반으로 전자도서 단말기인 태블릿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와 같이 아이튠즈는 아이팟 소비자들을 확보하고 아이폰을 구입하도록 하는 레버리지(leverage) 역할을 했고, 다시 앱스토어는 아이폰 소비자를 확보하고 다음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스티브 잡스의 경영관과 리더십은 애플에 대한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게 하였다. 애플과 고객은 단순한 기업과 소비자간 관계라기보다는 아티스트와 팬들의 관계로 묘사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 애플의 고객들은 스티브잡스를 추앙하는 종교집단의 추종자들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브라우저시장, 게임시장, 음악재생기 시장 등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어야 인터넷 익스플로러(IE), X박스, Zune 등으로 진입하여 뒷북치는 실망스러운 행위를 보여주었으나, 애플은 이와 대조적으로 시장을 형성해 가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는 다시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주었다. 이러한 충성도 높은 애플의 고객은 400~500달러나 하는 고가의 초기 아이팟 제품을 구입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스티브 잡스는 기업경영에 있어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면서 “그만한 자원과 자본을 가졌으면 경영은 누가하던지 회사는 성장한다”라는 대중들의 잘못된 생각을 잠재워준다. 그는 최근 회복이 불가능한 암환자로 선고 받았다가 치료에 성공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그를 “오늘 죽는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도록 하는 습관을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단호해서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날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스티브 잡스는 늘 비주류처럼 생각하고 도전해 왔다. 2005년도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 초대받은 그는 축사에서 “늘 만족하지 말고 늘 우직하게 일할 것(Stay hungry, Stay foolish)”을 당부했다.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을 생각하면서 연상되는 인물이 일본 소니(SONY)의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 전 회장이다. 그는 1980년대 워크맨(Walkman) 신화를 창조하였던 인물로서 한낱 트랜지스터라디오 제조업체였던 소니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그가 1994년 회장직을 물러난 이후 소니는 디지털화의 추세에 발맞춘 제품을 출시하지 못해 워크맨과 동일한 개념인 mp3 플레이어의 시장에서 뒤쳐져 버렸다. 소니는 휴대폰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노트북컴퓨터시장에서도 갖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 가격에는 사고 싶지 않은 제품을 양산하는 회사가 되었다. 3D TV 등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소니가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하여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한국 기업들도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kim@keri.org) -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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