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 와 "모험" 은 전혀 다르다.
무모하게 보이는 어떤 모험도 그 성공의 뒷면에는 만전을 다한 준비가 있었다.
모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심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도 좋을 듯싶다.
아는 사람 중에 아이거 북벽을 등정한 이가 있다.
겨울철 등반으로는 일본인 가운데 두 번째였다.
절벽을 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모험이라 부르기에도 너무나 위험하다고 여겨지지만,
그 사람은 발 디딜 적당한 곳을 그때그때 찾으면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고 가르쳐 주었다.
실은 등산하기 전에 등정 루트를 전부 사진으로 찍어 발을 거는 곳은 여기, 손을 대는 곳은
여기 하고 미리 정해둔다고 한다.
그것도 만일의 경우를 위해 첫 번째 후보 외에 두 번째 후보도 준비하고,
게다가 날씨의 변화에 대비해서 대피장소까지 면밀히 계산한다.
그런 준비를 마친 다음에 등정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무모’와 ‘모험’은 전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1997년 9월 호리바 제작소는 광학분석기 분야에서 세계 톱 클래스의 실적을 가진 프랑스의
인스트루먼트사(현 Jobin Yvon S.A )를 인수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인스트루먼트사라고 하면 세계 50개국에 독자적인 판매망을 갖고 있으며,
제품은 나사(NASA)를 비롯해 세계 최첨단 연구기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회사다.
그런 ‘거인’을 사들였으니 세계가 놀란 것도 당연하겠지만, 이 인수 프로젝트 담당자가
아직 40대 초반의 사원 여기서는 A씨로 해두자 이라고 하면 더욱 놀랄 사람이 많을 것이다.
보통 이 정도 규모 인수 합병이라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지만 A씨는 사장의 전권을 위임 받아 스스로 그것도 홀홀 단신으로 교섭에 나섰다.
그는 원래 경리 담당이었지만, 그 동안 십 수 년에 걸쳐 기업 분석과 경영분석을 조금씩
혼자 공부해왔다. 그 지식이 이 인수교섭 때 활용되었다.
동시에 이 교섭은 A씨가 능력을 발휘해 모든 이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했다.
인스트루먼트사 인수는 아이거 북벽을 오르는 것과 같이 소박하면서도 용의주도하게,
그리고 면밀히 계획을 다듬어 만든 A라는 한 사원의 손에 의해 성공한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원은 언뜻 보면 눈에 띄지 않고 소심한 사람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평상시에도 용의주도한 만큼 큰 프로젝트를 안심하고 맡길 만한 사원이다.
호리바 마사오 지음 <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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