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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이명박'속의 리더

작성자 이부경

등록일 2009-03-14

조회 18,634

어느 월간지의 2월호 특집에 ’멘토와 성공의 법칙’이라는 게 있었다.
고대 그리스 이타카 왕국의 오디세우스 왕이 전쟁에 나가면서 친구에게 아들(텔레마코스)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친구가 바로 멘토(Mentor)였다.
멘토라는 말은 그 이후 다른 사람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 인도자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
요즘은 ’경영의 조언자’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리더에게는 리더를 키우는 리더가 있다’는 제목 아래 이 잡지는 여러 사람에게 누가 그들의 멘토인가를 묻고 있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멘토일 수 있으며, 누군가의 리더나 멘토가 되려면 지금 나의 멘토를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지식근로자들의 영원한 멘토’로 꼽히는 피터 드러커의 경우, 겨우 3주 동안 일했던 신문사의 편집장이 멘토였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멘토는 송기인 신부로 알려져 있다.
취임 전부터 ’양아치 같은’ 걸음걸이와 말투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그는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고 질타하는 악역을 자처했다.
그러나 과거사 정리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는 등 현실 정치에 일정 부분 발을 담그는 바람에 멘토로서의 거리와 권위는 어쩔 수 없이 훼손됐다.

이명박 당선인의 멘토는 누구인가.
그는 존경하는 인물로 도산 안창호 , 마하트마 간디를 꼽은 바 있다.
그들의 특징은 務實力行(무실역행), 행동을 통한 사상 실천이다.
결국 실용과 같은 말이다.

현대의 인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
개인의 성장과 산업화 근대화 과정이 맞물려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 중에는 누가 멘토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이는 박정희 + 정주영 ÷2가 이명박이라고 말한다.
다른 이는 이 당선인이 박정희 의 판단력과 집념, 정주영 의 뚝심에 이어령과 같은 감수성도 갖추었다고 평하고 있다.
적이 있다면 그 자신일 것이라는 게 그 사람의 소감이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한국일보 칼럼에서 이번 대선을 ’이명박 대 이명박’이라고 지적한 것과 비슷하다.
앞으로도 그 점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그런데, 내일모레가 취임식인데 벌써 ’이명박 피로증’을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를 개조하고 경제를 되살리고 공직과 나라의 틀을 바로잡기 위해 열심히 하는데,
왜 피로를 느낄까.
어떤 정부든 누구든 정부와 공직자들에 대한 한국인의 피로증은 이미 고질이 돼 있는 것일까.

이런 감각과 정서를 변하는 시대에 대한 낙오현상이나 부적응증이라고 치부해 버리면 문제가 커진다. 원인을 면밀히 살펴 바로잡을 부분을 교정해 나가야 한다.
더욱이 짧은 기간에 인수위를 통해 드러난 여러 잘못은 이 당선인 자신의 특성과 문제에서 파생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박정희 정주영 등의 특징은 집념과 뚝심 부지런이다.
이 당선인은 한 술 더 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무모하게 밀어 붙이는 게 아니라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검토를 마치고 일단 결정하면 남들보다 실천이 빠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선의와 성실을 믿기만 기대해서는 안 되며, 준비와 사전검토 과정부터 국민과 동행해야 한다.

장관을 6개월, 1년 단위로 평가하겠다는 말에 대해서도 기업의 CEO가 이사들을 다루듯 편하게, 또는 함부로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욱이 그는 사람을 다루는 방식이 좀 특이한 재벌그룹 출신이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받아들여지는 게 달랐을 것이다.
억울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이 당선인의 약점이자 극복해야 할 일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그에게 실패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실패해본 적이 없는데, 정작 대통령이 되어 실패한다면 개인에게는 물론 나라에 큰 불행이다.
이제 그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실패다.
리더의 멘토는 리더 자신 속의 다른 리더다.
살아 있는 멘토의 모델이 없다면 스스로 내부에서 멘토를 키워가야 한다.

임철순 / 한국일보 주필,한국연우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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