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와 가격
2001년 일본의 어느 농부가 6면체 수박을 개발해냈다.
둥근 수박은 굴러다니기 때문에 보관이 어렵다는 불편에 대한 ‘감수성’이 6면체 수박을 ‘상상’하게 했고, 어린 수박을 육면체 플라스틱 용기 속에 넣어 길러낸 것이다.
동년 6월 15일자 USA TODAY지는 이 사진을 제1면에 실었고, 이들 수박의 가격은 (미화로 환산하여)1개당 82달러라고 보도했다.
플라스틱 용기의 개발과 그 속에서 수박을 기르는데 들어간 노력 및 시간 코스트가 그 만큼 컸기 때문에 그렇게 비쌌을 것이다.
그 후 이 수박이 많이 팔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보통 수박에 비해 보관이 쉽다는 것은 6면체 수박의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가치가 82달러라는 ‘가격’의 벽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의 가치만 보고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소비지에게는 가치뿐만 아니라 가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능력을 창조성(creativity)이라 정의하고, 가격 즉, 코스트를 낮출 수 있는 능력을 생산성(productivity)이라 부르자.
창조성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능력이고, 생산성은 제품 단위당 들어가는 코스트 즉 원자재, 시간, 노동력 같은 자원의 소모량을 줄이는 능력이다.
기업이 내놓는 제품이 성공하려면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을 모두 발휘해야 한다.
독일 바이마르에는 괴테(J. Goethe)와 쉴러(F. Schiller)가 다정히 손잡고 있는 동상이 있다.
괴테와 쉴러는 18세기 독일 문단의 두 거장이었다.
생존 시에 이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난형난제(難兄難弟)였다.
그래서 누가 괴테에게 물었다고 한다.
“당신 괴테와 쉴러 두 사람 중 누가 더 위대한 작가요?”
이 질문에 괴테는
“더 위대한 어느 하나보다, 누가 더 위대한지 모르는 둘이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소!”
하고 대답했다 한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창조성과 생산성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여기에 대한 답도 이와 같을 것이다.
중진국 시절 우리나라는 창조성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더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창조성과 생산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윤석철 교수 지음 <경영.경제.인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