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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이 아니라 업(業)이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2-07-09

조회 20,345

# 흔히 ‘직업(職業)’이라고 붙여서 쓴다. 하지만 이제는 ‘직/업’이라고 써야 할 것 같다. 엄연히 ‘직’과 ‘업’은 다르다. 직은 직위 내지 자리이고 업은 스스로에게 부여된 과업이다. 사람들은 대개 직에 관심이 많지 업은 뒷전이다. 누가 어떤 자리에 앉았느냐엔 눈에 불을 밝히듯 하면서도 정작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이 없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직만 추구하면 업을 잃는다. ‘실업(失業)’하는 것이다. 직의 수명이 제일 길 것 같은 교수도 65세면 실업한다. 그러나 업을 추구하면 직은 거짓말같이 따라온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그 작은 증거 중 하나다.


 # 10년 전 ‘콘텐트 크리에이터’라는 업의 이름을 스스로 짓고 이것을 추구하겠다고 교수직을 떠났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 교수직을 그만 둔 덕분에 내 인생에서는 더 많은 도전과 모험의 기회가 열렸다. 직, 곧 자리는 사람을 안주시킨다. 자리가 편할수록 절실한 게 없다. 그러면 끝까지 안 한다. 대충 한다.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만큼만 한다. 더 하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자신은 진짜 바보가 된다. 아니 바보가 되어가는 줄도 모를 만큼 바보가 되는 것이다. 좋은 자리가 큰 바보를 만드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안정된 직이 아니라 스스로를 벼랑 끝에 세워 자기 안의 손조차 대지 않았던 가능성들을 끌어올려 업으로 진검승부를 한다는 건 힘들지만 멋진 일이다. 물론 그 업을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경험하건대 업을 찾는 길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는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이다. 그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전하고 모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로 “내가 뭘 좋아하지?” 하고 생각만 하면 늘 제자리에 맴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려면 부딪쳐 봐야 하고 저질러 봐야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취향이다. 하지만 커피가 좋아서 원두를 사러 다니고 그것에 미쳐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시애틀의 구멍가게 커피점 스타벅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하워드 슐츠가 그렇게 하지 않았나.


 # 업을 찾는 두 번째 단계는 자기가 발견한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적 기준에서 잘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차이를 내며 잘하는 것이다. 물론 그 차이가 반짝 하고 마는 것이라면 별반 의미가 없다. 튀는 것으론 사흘을 못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을 찾는 세 번째 단계가 중요하다. 그 차이를 지속하는 것이다. 차이의 지속이야말로 힘이요 파워다.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며 그 차이를 지속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자신만의 업은 숙성되고 성장한다. 그 업으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것이 진짜 자기 인생이다.



 # 새해가 되자마자 일자리 얘기가 쏟아졌다. 특히 요즘 화두는 단연 청년 일자리다. 대통령은 연두 회견에서 청년 일자리 7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이에 호응했다. 하지만 자리 곧 직만으론 안 된다. 아마도 그동안 해마다 연초가 되면 단골 메뉴로 화두가 돼 공약된 일자리를 산술적으로 단순 합계하면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되고도 남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청년실업은 줄기는커녕 더 늘었고 분노에 찬 청년들은 황량한 거리를 여전히 헤매고 있다. 청년실업, 청년일자리의 해법은 직의 시각에서만 보면 안 풀린다. 업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에서 청년창업 지원금을 늘리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그 전에 젊은이 스스로 자신만의 업을 발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그럴듯해 보이는 자리에 취직해도 3개월을 못 배기고 나오기 십상이다. 그래서 단언하듯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직이 아니라 업이다”라고!


정진홍의 <소프트파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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