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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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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배심원이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주기 전날인 지난 8월 24일,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세계 6위로 발표됐다.
애플, 구글, MS, IBM, 월마트 다음이다.
오랫동안 세계 1, 2위를 다투던 코카콜라와 GE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요타를 모두 제쳤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8%에서 불과 2년 만에 애플을 누르고 정상에 우뚝 선 개가이다.
이번 평결에 대해 미국 배심원이 삼성의 추격에 초조해진 애플의 특허 공세에 적극 동조해 ’애국 평결’을 냈다는 분석이 그럴듯하다.
’춘추좌전’에 이와 유사한 일화가 나온다.
기원전 547년 여름, 초나라가 정나라를 쳤다.
정나라 대부 황힐(皇?)이 반격에 나섰다가 오히려 초나라 대부 천봉술(穿封戌)에게 포획당했다.
당시 곁에 있던 초나라 강왕의 동생인 공자 위(圍)가 공을 가로채려 하자 천봉술이 완강히 거부했다.
두 사람이 크게 다투자 강왕이 재상 백주리(伯州犁)를 불러 판결을 그에게 맡겼다.
백주리는 황힐을 뜰 아래로 끌어내린 후 진위 규명에 나섰다.
먼저 백주리는 손을 들어 공자 위를 가리키며 "저분은 우리 대왕의 큰 동생이시다!"고 했다.
이어 손을 아래로 내려 천봉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천봉술이라는 분으로 한 고을을 다스리는 관원이다. 누가 너를 사로잡았는지 바른대로 고하라!"
황힐은 분한 듯 눈을 부릅뜨고 공자 위를 쳐다보며 "나는 이분과 싸우다가 이기지 못하고 포로로 잡혔소"라고 답했다.
이에 천봉술은 대로(大怒)해 "서로 짜고 나의 공을 빼앗으려는 것인가?"라며 창을 들고 공자 위에게 돌진해 공자 위가 황급히 달아났다.
백주리는 "내가 똑같이 상을 내리도록 할 터이니 고정하시오"라며 천봉술을 달랬다.
여기서 나온 성어가 ’상하기수(上下其手)’다.
수단을 부려 원칙을 뒤엎는 편파 판정을 말한다.
황힐은 백주리가 공자 위를 가리킬 때 손을 위로 들고, 천봉술을 가리킬 때 손을 아래로 내린 데서 속셈을 읽었다.
애플과 배심원의 ’짝짜꿍’과 닮았다.
원정을 가 여포를 생포한 바 있는 조조는 ’손자병법’을 주석하면서
손님에 해당하는 원정군이 현지 적군보다 약한 상황을 주강객약(主强客弱),
그 반대 상황을 주약객강(主弱客强)으로 표현했다.
적진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상하기수’의 덫에 걸린 삼성은 ’주강객약’에 처해 있는 셈이다.
탈출 비책은 ’삼십육계’의 제30계인 ’반객위주(反客爲主)’에 있다.
’반객위주’는 손님이 국면을 전환시켜 주인이 되는 계책으로
적의 약점을 노려 적진에 한 발을 들여 놓은 뒤 점차 세력을 확장해 마침내 적의 안방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애플에 비해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다.
특허소송 전투에서 지더라도 제품 경쟁 전쟁에서 이기면 된다.
미국은 물론 세계 소비자들도 결국 ’소송’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스마트 혁신’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기왕의 세계 최고수준 하드웨어 위에 인간 중심의 소프트웨어 색깔을 입히는 게 관건이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신동준 박사 / 21세기정경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