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신포럼 회원님들께.....
안녕하십니까?
지난 토요일에 의주대로를 걸어서 화석정까지 다녀왔습니다.
의주대로는 한양과 의주를 잇는 옛길로 관서대로, 경의대로,
연행로 등으로도 불리는데 중국을 오가는 사신들이 이 길을
이용했기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중요한 대로였답니다.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께서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을
가신 길, 중국의 사신으로 가는 연행길,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의 무대가 되었던 길, 김대건 신부님이 천주교를
배우러 중국으로 갔던 길로 남쪽으로는 삼남길, 북쪽으로는
의주길이 제일 큰 길이었습니다.
지금은 임진각까지 밖에 갈 수 없는데 선조가 몽진을 간 길을
구간별로 나누어 7~8km 씩 둘레길식으로 나누어 놓아 그동안
임진왜란 유적지에 해당하는 구간을 하루코스로 걷기 행사를
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제5구간인 문산역에서 화석정까지
약 5.5km 를 걸어서 임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멋지게
세워진 화석정과 그 근처에 있는 율곡 이이 선생의 자운서원을
둘러보는 코스로 정하고 걸었습니다.
날씨가 여름이었어요. 무척 더웠는데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거뜬히 걸어 화석정에 올랐습니다. 더우기 특기할만한 것은
율곡 이이 선샌의 15대 종손 이천용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환대해 주셨습니다. 화석정의 유래며 율곡선생의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자운서원에서
일정을 끝마치고 돌아올때 이순신포럼에 화석정이 그려진
큰 화병(도자기)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화석정은 율곡 선생의 5대조가 세웠고 그 후 율곡 선생이 관직을
떠나 고향에 돌아와 제자들과 시를 짓고 후학을 기르던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당시 율곡 선생이 들기름을 바른 걸레로 기둥을
틈틈히 닦고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 편지를 읽어 보아라
하고 기둥 뒤에 꼽아 놓고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고 8년이 채 안되어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선조임금께서
의주로 피난 가시면서 칠흑같이 어두운 4월 29일 그믐날 저녁에
영의정 이항복이 그 편지를 꺼내 보니 화석정을 불태워서 불을
밝히고 임진강을 건너가라는 예언이 적혀 있어 그리하여 무사히
강을 건너갔다고 합니다. 바로 앞에 선조가 건너간 동파나루가
보였습니다. 진즉에 십만양병설을 충언할 때 들으셨으면 이런일이
일어나지 앟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화석정 바로 아래에 화석정 가든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했는데
메기매운탕이 일품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은 토종닭백숙으로 했고
맛있는 식사가 힘들게 걸어온 우리들에게 멋진 추억을 남겨 주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났다고는 하여도 밖에 나오실 엄두가 안나셔서 그런지
참가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참역사 공부가 잘 이루어졌습니다.
모두들 율곡 이이 선생하면 오죽헌, 강릉이 떠오르는데 웬 파주,
화석정은 뭐고 자운서원은 뭐냐고 질문들이 많았죠. 원래 이 동네
이름이 율곡리입니다. 이이 선생의 본관인 셈이죠. 실제로는
덕수 이씨가 황해도 개풍군이니까 휴전선 넘어에 진짜 종가집이
있는 것이지요. 아무튼 자운서원은 화석정에서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었어요.
자운서원은 율곡 이이 선생의 가족묘를 비롯하여 기념관, 사당 등
조선시대의 대학자인 율곡 이이 선생의 모든 것을 잘 정리해 놓은
넓고 큰 정원이었습니다. 울곡 선생의 아버님 어머님 묘소도 있어
그 유명한 신사임당의 묘소에도 참배하고, 문성사 사당도 참배하고
왔습니다.
율곡 이이 선생과 부인 곡산 노씨의 묘, 뒤에 언덕처럼 보이는 것이 부인의 묘

아버님 이원수, 어머님 신사임당의 합장묘, 위로 율곡 선생의 묘가 보인다.
날씨가 너무 더워 문산역까지 걷는 것은 무리하다는 판단하에 택시를 타고
문산역으로 왔습니다. 자가용으로 오신 참가자도 계셔서 도로사정을 감안하여
일찍 해산하였습니다. 율곡 이이 선생과 충무공 이순신은 같은 덕수 이씨로
19촌 숙질간이 됩니다. 율곡 이이 선생이 병조 판서로 있을 때 유성룡의 추천으로
이순신에게 한 번 찾아 뵈라고 귀뜸을 해 주었는데 이순신 왈 "나의 인사권을
쥐고 이는 병조판서로 있는 한 뵙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며 만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대로 못 뵙고 돌아가셨지요.
같은 집안이니 서운하셨지만 공직자의 모범으로서 대단한 결단을 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우리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엄격한 자기관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록 짧은 하루 코스였지만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아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고
그동안 뵙지 못했던 그리운 회원님들을 만나뵙고 회포도 풀고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다음에 또 다시 만나뵙기를 희망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이순신포럼 이부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