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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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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 영화계의 화두는 단연 사극이다.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배급사들의 올해 라인업에는 굵직한 사극 작품이 하나씩 자리한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 등 한 편의 상업영화가 완성되기까지 통상 2년 정도 걸린다. 2년 전에 이미 올해의 사극 열풍이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한 영화 관계자는 “사극 제작이 유독 활발해진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MBC, 2011년)나 1000만 관객 영화가 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처럼 크게 호평받은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한재림 감독의 <관상>(2013년)까지 1000만 반열에 오르면서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는 ‘잘 만든 사극 영화=흥행작’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활> <광해> 성공으로 사극 대작 제작 붐
그래서인지 올해는 유독 스타 감독과 스타 배우가 손을 맞잡은 대규모 사극 작품이 여럿이다. 모두 역사적 배경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팩션’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올해 1월 말 개봉한 <조선미녀삼총사>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면 사극대전의 본격적인 포문을 열어젖히는 작품은 오는 4월30일 개봉하는 <역린>이다.
<군도> |
영화 제목인 ‘역린(逆鱗)’은 용의 턱밑에 거꾸로 난 비늘을 가리키는 말이다. 임금의 노여움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영화는 정조 암살 시도를 둘러싼 하룻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린 시절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왕위에 오른 정조(현빈)는 자신을 해하려는 이들의 위협을 피해 존현각에 숨어 지내듯 산다. 어느 날 두 명의 자객이 이곳에 침투해 왕의 암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정조가 왕위에 오른 이듬해인 1777년의 일이다. 이 하룻밤 동안 왕위를 지켜야 하는 정조, 그를 보필하는 환관 갑수(정재영), 정조를 죽여야 하는 암살자 을수(조정석)의 운명이 엇갈린다. 배우 현빈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드라마 <다모>(MBC, 2003년), <베토벤 바이러스>(MBC, 2008년)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이재규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여름에는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해양 액션을 표방한 사극 두 편이 극장가를 찾는다. 최민식과 <최종병기 활>(2011년)의 김한민 감독이 손을 맞잡은 <명량-회오리바다>가 그 첫 번째 작품이다. 1597년 정유재란, 왜군의 잇따른 침략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조선이 배경이다. 직위를 박탈당했던 이순신(최민식)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고 나라의 위기 앞에 바다로 돌아온 그는 단 12척의 배로 300척이 넘는 배를 앞세워 몰려드는 왜군에 맞서야 한다. 바닷물이 회오리치는 울돌목(명량·鳴梁). 이곳에서 이순신은 왜군에 맞서 피할 수 없는 전투에 나선다.
명량해전은 오늘날 역사학자 사이에서는 ‘명량에서 졌다면 대한민국은 없다’고 평가받는 극적인 전투다. 이순신의 사연에 국한해서 보면 더욱 극적이다. 그가 무관으로 보낸 일생 중 가장 고난을 겪었던 때가 바로 이 시기다. 반역의 누명을 쓰고 관직을 박탈당한 상태였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더군다나 명량해전은 원균이 이끌었던 조선수군이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한 직후 벌어진 전투다. 나라를 지켜야 하는 장군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이순신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실로 엄청났다. 영화는 이런 이순신의 고뇌와 더불어 압도적인 해양 전투 신을 내세워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이순신에 대적하는 왜군의 수장 구루지마는 류승룡이 연기한다. 두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 역시 관전 포인트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에 맞불을 놓을 만한 또 하나의 해양 사극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다. 건국 초기 조선을 배경으로 고래가 삼킨 국새를 찾아나서는 이들의 액션 활극이다. 조선은 건국 10년이 다 돼서야 국새를 갖게 됐는데 영화는 이 점에서 모티브를 얻어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작업한 거대 고래를 등장시키는 등 대범한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으로 국내 최초로 탄생하는 ‘해양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기대해봄 직하다. 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내려온 산적 장사정(김남길)과 터프한 여자 해적 여월(손예진)의 호흡도 기대를 모은다.
역사에 상상력 가미한 팩션의 힘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 콤비의 신작 <군도: 민란의 시대>도 여름께 극장가 공략에 나선다. 두 사람이 사극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초능력자>(2010년) 이후 군복무를 마치고 4년 만에 영화에 복귀하는 강동원이 합세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가 일찌감치 충무로의 기대작으로 손꼽힌 이유다. 영화는 백성 편에 선 도적떼의 활약을 그린다. 세도정치가 극에 달한 조선. 백성들은 스스로 집을 떠나 도적이 되고 곳곳에서 민란이 일어난다. 백정 돌무치(하정우)가 합류한 도적떼 ‘추설’ 무리가 세도가의 곳간을 털어 백성에게 나눠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선 최고의 무관 조윤(강동원)이 이들을 잡기 위해 나선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협녀: 칼의 기억> 역시 이병헌과 전도연이라는 걸출한 스타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다. 배경은 고려 무신 시대. 천민 출신의 덕기(이병헌)는 뛰어난 검술을 앞세워 반란군을 이끌고 신분 상승의 욕망에 부풀어 왕의 자리까지 탐낸다. 함께 활약했던 검객 패거리 풍진삼협 일원인 풍천(배수빈)을 해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덕기를 사랑했던 여인 설랑(전도연)은 그의 변심에 실망해 풍천의 딸을 데리고 사라진다. 이후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검객으로 성장한 풍천의 딸 설희(김고은)는 복수의 칼날을 간다. 현란한 검술이 외피를 완성하고, 진한 멜로 드라마가 영화의 속을 채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