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은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이 만든 것으로, 싸울 때마다 반드시 승첩하였습니다. 그러나 근래 들으니 각 수영(水營)에 있는 거북선은 이름만 거북선이지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다른 배와 다름이 없고 사용하기가 오히려 불편하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배를 개조하거나 건조할 때 한결같이 '충무전서'에 나오는 도식대로 하여 전처럼 실속이 없다는 탄식이 없게 하고, 이렇게 한 뒤에도 제도를 어긴다면 해당 간부를 문책하도록 해야겠습니다.' (1794년 삼도수군통제사 신대현 상소문)
임진왜란(1592~1598년) 당시 왜적을 물리쳤던 거북선은 조선 중·후기로 갈수록 그 강점을 잃었다. 거북선을 과학적 설계에 기반하지 않고, 수군별 전통에 따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790년대부터 '설계도'에 따라 거북선을 만들면서 파괴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비변사등록(비변사에서 결정된 사항이 기록된 책)에 드러난 내용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19일 '거북선 설계도'를 발굴해 그 원형 모습을 공개했다. 그동안 거북선은 일부 자료와 추정에 의해 복원됐을 뿐, 설계도에 기반해 거북선을 정밀 복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795년 경상남도 통영 수군 진영에 있던 거북선으로, 무려 228년 만에 그 형상을 구현한 것이다.
채 전 원장은 1795년 왕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서 거북선 설계도를 찾아냈다. 전서뿐만 아니라 각사등록 등에 수록된 각종 자료를 발굴해 거북선 구조와 규모, 외형, 함포 배치 등을 모두 밝혀냈다. 기업 유클리드소프트와 협업해 이를 실제로 구현했다.1795년 거북선은 길이 26.6m, 폭 10m로 나타났다. 기존에 알려진 거북선보다 길고 폭도 넓었다. 거북선 구조는 노를 젓는 노꾼이 있는 1층과 군인이 있던 2층 모두 규격이 같았다. 3층 갑판 중앙에 개판을 만들고 그 속에 함포를 장착했다. 특히 거북선 지붕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배 전체를 둥글게 씌운 형태가 아니었다. 연구 결과에선 3층 갑판의 중앙 부분에만 판자를 세우고 지붕이 덮여졌다.
거북선 2·3층에 함포는 총 31대가 설치됐던 것으로 추정됐다. 또 거북선에는 182명가량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으며 수군이 한 달간 사용할 군량미 61석이 실렸을 것으로 추정됐다.
채 전 원장은 "거북선은 우리 민족에겐 수호신 같은 존재인데 그동안 설계대로 복원된 거북선조차 없어 후손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며 "그동안 거북선은 일부 자료와 추정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설계도를 찾아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처음으로 복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