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 이순신 리더쉽
관리자
201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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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것은 민심뿐인데, 민심이 흩어지고서야....
선조실록 (1597. 8. 7.乙丑)
사간원에서 건의하였다.
-(前略) -
전하께서는 수군이 한 번 패했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입니까? 적정이 아무리
급하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깊이 들어오지 않은 이상 응당
임금과 신하 상하가 힘을 다하고 마음을 합치어 방어하기에
여념이 없어야 할 것인데, 어떻게 스스로 먼저 경솔하게
움직임으로서 백성들의 원망을 살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 마 도독이 천자의 지시를 받고 와서 수도를 지키면서
우리나라와 힘을 합쳐 오직 전진하여 적을 칠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이런 말을 듣고 그것을 가지고 허물로
삼는다면 명나라 군사들은 철수할 것이고 우리나라의 큰 일은
망치고 말 것입니다. - (中略) -
임금이 믿을 것이란 민심뿐인데 흩어지고 무너져가는 형세는
날로 심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아무리 분발하고 떨쳐
일어나 진정시키려고 힘써도 되지 못할까 걱정 되는데, 더구나
왕비가 피난감으로써 백성들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놓고 스스로
멸망을 재촉하는 데야 더 말할 게 있겠습니까......
큰 계책을 단단히 정하고 왕비를 경솔히 피난시키지 말게 함으로써
인심을 안정시키기 바랍니다.
- 박기봉 편역[충무공 이순신 전서] - 에서 발췌
칠천량패전 직후 선조 임금은 이순신 장군을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재임명하는 교서를 내리고 위기를 극복 한다며 대신들과
비변사의 당상관들을 불러모아 왕비를 먼저 피난시키려고
의견을 구하니 모두가 민심이 흩어질까 걱정이 되어 극구 반대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같은 시간에 이순신 장군은 모든 굴욕을 꿀꺽 받아 삼키고 묵묵히
군사들을 모으며 군량미를 확보해 가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대장정의
길을 떠나갑니다.구국의 일념으로 내린 비장한 각오를 다짐하며,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민심을 읽지 못하는 선조 임금은 자기 식구들만 살릴 궁리를 했지만
이순신 장군은 백성들과 함께 살 궁리를 하며 어디에서 싸울까,
어떻게 싸울까, 언제 싸울까 하고 차기 전투에 대한 전략 구상을
머리속에 그리며 가고 있었습니다.
칠천량해전에서 거의 궤멸된 두려움에 떠는 조선수군들을 다시
불러 모아 그것도 단12척의 배로 왜적을 맞아 싸우겠다는 장군의
필사즉생의 연설을 듣고 당시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임진년 이순신 장군은 모든 전투를 선승구전으로 이기는 싸움만
하셨지만 정유년의 명량대첩만큼은 상황이 다릅니다.모든것이
왜적에 비해 부족하고 열세 입니다. 상식적으로 이길 수 없는
싸움 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극복해 나가셨는지, 얼마나 힘드셨던지 이순신 장군
자신도 명량대첩이 끝나고 그날의 일기 맨 마지막에는"이번
일은 실로 천행(天幸)이었다." 라고 기록 하셨습니다.
지형지물을 잘 이용한 울돌목의 물살은 지행(地幸), 즉 땅의 도움이
있었고, 거센 파도와 싸우며 대장선 혼자서 승기를 잡을 때까지
버티어 낸 것은 천행(天幸), 즉 하늘의 도움이 있었고, 장군을 따라온
민초들의 정성어린 기도와 지지는 인행(人幸), 즉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민심은 천심이고 이순신 장군은 그 천심을
참으로 믿었습니다. 실로 천지인(天地人)이 한데 어우러지며 힘을
합쳐 이긴 기적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모두들 말하는데 과연 우리가 그 천심을 믿습니까?
잘 들어 주십니까? 잘 헤아려 주십니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배려해
주십니까? 민심은 꼭 임금님이나 쓰는 말이 아님을 역사를 통해서
배웁니다. 리더가 민심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 하겠습니까?
글 이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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