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이군거(李君擧 : 동지 李薦의 字)와 같이 식사를
하고 그를 체찰사한테 보냈다. 늦게 냇가로 나가 군사를
점고하고 말을 달렸는데, 원수(元帥)가 보낸 사람들은
모두 말도 없고 활도 없어서 소용이 없었다. 참으로
탄식할 노릇이었다. 남해 군수(朴大男)가 와서 만나보았다.
밤새도록 큰 비가 내렸다.
-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 - 에서 발췌
정유년 7월은 칠천량해전의 패전으로 조선수군은 궤멸
했고 이순신은 백의종군의 몸으로 다시 일어나 연해안
지방의 사정을 보고 듣기 위하여 달려가고 있는 때 입니다.
적으로부터 나온 정보를 믿고, 전략도 없이 대책도 없이
어명이라는 무책임한 명령을 이순신은 목숨을 걸고 지금은
부산포 진격은 아니되옵니다를 외친 것이 현실로 눈앞에
전개되었습니다.
이제는 패전의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서로 협력하여
우리 바다의 제해권을 되찾지 않으면 풍전등화의 조선의
앞날은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원수가 보낸
사람들을 보고 몹시 실망 하신 것 같습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이것은 사람이 한 일이 아니라 하늘이
한 일이라며 선조 임금이 패전 책임을 회피하는 어전회의
입니다. 결국 이순신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는
결과를 도출 합니다만 너무도 굴욕적 입니다.
국어사전에 협조나 협력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서로 힘을 합하여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온 나라가
힘을 합하고 서로 협력하여 나라를 구하는 일에 한 마음 한
뜻으로 전쟁에 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선조 임금이나 조정 대신들은 명령이나 교지를 내려 보내는
것으로 협력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도움이 따르지 않는 협조는 아무 소용이
없어 탄식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도 일을 할 때 선조 임금이나 권율처럼 말로만 협조하는
것은 아닌지, 현장을 모르면서 아는척하며 지시만 내리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머리로는 다 아는데 그래서 해결 될 것 같은데, 진정으로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우는 대책이나 지혜로운
방안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있으신지요. 결국은 사람이다.
라고 하는 성찰은 시대를 초월해서 내려지는 상생의 대책
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글 이부경
pklee9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