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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들고 바라볼 수가 없었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2-06

조회 13,523



얼굴을 들고 바라볼 수가 없었다....

1597년 10월 15일(壬申).  하루 종일 비바람이 불었다.
누워있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몸을
뒤척거렸다.  여러 장수들이 찾아와서 위문하였으나
얼굴을 들고 바라볼 수가 없었다.  임중형(林仲亨),
박신(朴信) 등이 적정을 정탐하기 위하여 작은 배를
타고 흥양, 순천 등의 바다로 갔다.

-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  -  에서 발췌

큰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참전한 명량에서 승리하고 우리
바다의 제해권을 확보했으나 고향집을 지키던 막내아들은
왜적의 칼날 앞에 스러져, 전날 "통곡" 이라는 편지로
전해졌으니 그 충격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겠지요.

부하장령들이 동요 할까봐 마음대로 울지도 못하고 다음날
섬 안에 있는 소금 굽는 종 강막지의 집, 소금 창고로 가서
새벽에 죽은 자식을 위하여 흰 띠를 두루고 향을 피우고
곡을 하였으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입니까?

하루 종일 몸을 뒤척거리며 자식을 잃은 아버지로서의
애끓는 심정을 지금의 우리가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전쟁은 백성들의 삶을 송두리채 뽑아버리고 모든 질서를
파괴하며 온 나라를 뒤집어 엎어버립니다. 나라의 운명도
바꾸어버립니다.

피로 쓴 임진왜란의 교훈이라고 말하는 그 피에는 임금의 
가족들을 비롯하여 무고한 백성들의 피까지, 심지어 이순신
장군과 그 아들의 피도 포함되어 있는, 잊어서는 안되는
귀중한 교훈입니다.

나를 아는 수신(修身)을 게을리 하지말 것이며, 적을 아는
정보(情報)를 잘 취합하여 언제나 현장에서 부하들과 경쟁력
있는 실력을 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적이 얕보지 않는
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우리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조선의 아들들이 한마음 한 뜻이 되어 온 몸으로 막아 지켜온
이 나라의 주권과 자유와 평화를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나간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살 
길을 찾아나가는데에 통찰력과 지혜를 가르쳐 주기 때문입니다.

백의종군 중에 어머니를 여의고, 명량대첩 이후에 막내아들
면이 죽고, 인간으로서 차마 견딜 수 없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어도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 조국을
구하겠다는 나라사랑을 우리가 본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임진왜란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지리적인 환경으로
인한 여러 불편한 진실들이 난무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국가와 회사와 나의 가족을 지키는 확고한 자신감과 자긍심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지켜 나가야 하는 또 하나의
다른 수신(修身) 입니다.

글 이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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