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로 인한 희생.....
도원수 권율이 급보를 올렸다. "3일 밤에 수군이 밀물을 타고 들이쳤는데 죽거나 상한 왜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명나라 군사는 싸움에 정신이 팔려 썰물이 지는 것도 몰랐습니다. 명나라의 배 23척이 모래 턱에 걸리게 되자 적들이 달려와서 불을 질렀습니다. 명나라 군사들 가운데서도 죽고 상한 자와 적에게 사로잡힌 자가 대단히 많습니다. 그 중에서 살아서 돌아온 자는 140여 명입니다. 우리나라의 배도 7척이나 여울 턱에 걸렸는데 이튿날 수군이 아침 밀물을 타고 들어 가서 구원해 돌아왔습니다."
- [선조실록 1598. 10. 10 ] 중에서 발췌
노량해전이 일어나기 한 달 전의 왜교성 전투입니다. 진린은 이순신의 조언을 듣지 않고 싸우다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덕목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게 잘 안될 때가 있습니다.
내가 먼저 말해야 하고, 내 주장을 펴야 하고 그래서 뭔가 관철 시켜야 큰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때에 따라서는 무리수를 두기도 합니다. 분명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일을 추진 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희생이 뒤따르는 무리수를 두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감정에 의해서, 고집에 의해서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라고들 하지만 리더가 이성과 감정의 경계선에 있을 때 그런 결정들을 많이 합니다.
어떻게 결정해야 임직원도 살리고 경영자도 살 수 있는지 무리수의 경계선을 보다 더 치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자신이 없을 경우 임직원들의 의견도 수렴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난중일기에 기록된 진린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은 역사의 흐름을 잘못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글 이부경 pklee9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