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린(陳璘) 도독이 통제사 이순신의 영전에 올린 제문(2010.06.06)
진린(陳璘) 도독이 통제사 이순신의 영전에 올린 제문
[만력(萬曆)27년(1599년) 정월 초하루에서 열흘이 지난 오늘. 흠차총영수병
어왜총병관 전군도독부도독첨사. 진린은 삼가 돼지와 양과 맑은술의 제수
로써 조선 수군통제사 이모(李某)의 영혼에 제사를 바치노니,
어허! 먼 번국(藩國)을 통제하신 분이시여, 나라의 위태로움을 편안케 하는
지혜를 지니시고, 잔악하고 피로한 군사(旅團)들을 이끌고 사마귀만한
고을을 근거로 적의 서해 엿봄을 끊어 막고 안으로 자신의 준비를
닦았도다.
창을 베개하고 갑옷을 휘감은 채 날이 새도록 여가가 없었으며, 배를
수리하고 무기를 만들기에 해가 다하도록 조금도 쉰 일이 없었고, 떠도는
이들을 불러오니 만호(萬戶)가 넘었으며, 적에게 붙었다가 도망해 돌아온
자가 천 명이나 되었도다.
노량(露梁)싸움에 통제가 선봉이 되어 전선들이 거의 함몰 당하게 될 무렵,
나와 그대 서로 도와 범의 입을 벗어나자 적들은 그로부터 기운을 잃었을
때, 천천히 싸우며 물러나며 하면서 마침내 적들을 새 잡듯 풀 베듯
하였도다.
나는 통제사가 화를 면한 줄로만 알았지 탄환에 맞아 생명을 잃으실 줄이야
어찌 알았으리요. 추억컨대, 평시에 사람을 대하여 이르기를 “나라를 욕되게
한 사람이라 오직 한번 죽는 일만 남았도다.” 라고 하시더니, 이제 와서는
강토를 이미 되찾았고 큰 원수마저 갚았거늘 무엇 때문에 오히려 평소의 맹세를
실천 해야 하시던고. 어허! 통제사시여. 나라가 피폐해졌는데 누구랑 함께
바로잡으며, 군사들이 낭패가 되었는데 어느 누가 일으키리오.
어찌 왕의 장수 하나를 잃어버림 만이리오. 아름다운 조선의 큰 성(城)을
잃었도다. 생각이 이에 미치니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으리오.
영혼이 어둡지 않으리니 이 제사를 받으소서.]
- [선조실록, 1599. 1. 10] - 에서 발췌
오늘은 6월6일 현충일 입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수많은
호국영령들을 위하여 기도 드립니다. 지금 나라 안팍으로 시끄럽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조용히 암시 하는 이 제문은 명나라 수군 장수 진린
이 남겼습니다. 단순한 하나의 제문이기보다는 그가 이순신을 어떻게 생각
하였고 평가하였는지도 알게 해주는 역사적인 자료로서도 참고할 만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부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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