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년9월11일(戊戌). 흐리고 비가 왔다. 배 위에서 홀로
앉아 있으니 그리운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천지간에 나 같은
사람이 어디 또 있으랴. 아들 회(薈)가 나의 심정을 알고 몹시
불안해하였다.
1597년9월12일(己亥). 비. 비. 선실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산란하였다.
1597년9월13일(庚子). 맑다. 북풍이 크게 불었다. 꿈이
범상하지 않았다. 임진년에 크게 이겼을 때의 꿈과 비슷하였다.
꿈의 징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 난중일기 - 에서 발췌
며칠 뒤에 있을 명량대첩을 앞두고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을
보고 있습니다. 이기느냐 죽느냐 절체절명의 결전을 앞두고
얼마나 고민이 되었으면 꿈까지 꾸면서 이렇게도 애를 태우며
온갖 근심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셨을까요.
“고독은 두려움을 이기는 에너지이다. 이순신은 고독했지만
당면한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목표 때문에 고독은 수많은
창의적 사고의 원천이 되었다. 고독을 두려움 없이 마주할
수 있었기에 부하들이 주저하고 겁낼 때 태산같이 무거운
태도로 두려움 없이 가장 먼저 적과 싸울 수 있었다.
고독의 힘으로 리더로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모든 것을 추진하는 능력을 얻었다.” 라고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의 저자 박종평씨는 말합니다.
그래서 필사즉생(必死則生) 이라는 당찬 각오의 말씀을 부하
들에게 하실 수 있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 모든
리더들은 고독 합니다. 싸우러 나가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전쟁에서 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우리가 인간 이순신을
만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훈의 [칼의 노래]는 일본에서 고독한 장군(孤將)으로 번역
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합니다. 고독한 장군이 연전연승한
까닭은 난중일기를 씀으로서 내적 성찰의 힘으로 고독을 이겨내시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고매한 인격자이셨기 때문일 것 입니다.
지금의 비지니스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고독한 전쟁이라 하더라도
임진왜란만큼 힘들겠습니까? 추석도 지나고 신묘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혜롭게 이겨 나가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