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년10월1일(戊午). 맑다. 아들 회(薈)를 보내어 저의
어미도 보고 그리고 집안 사람들의 생사도 알아보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심사가 너무 불편하여 편지를 쓸 수가 없었다.
병조(兵曹)의 역졸(驛卒)이 공문을 가지고 내려와서 전하기를,
아산 집이 적들에게 분탕질을 당하여 거덜이 났다고 하였다.
1597년10월2일(乙未). 맑다. 아들 회(薈)가 배를 타고
올라갔는데 잘 갔는지 모르겠다. 나의 심정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 난중일기 - 에서 발췌
정유년 9월16일 울돌목의 명량해전에서 크게 패한 왜적들은
진도의 민초들을 모조리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산으로
달려가서 통제사의 본가를 습격하여 16살의 어린 3남 면(葂)이
화를 당합니다.
오로지 필사즉생의 정신으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생을
사신 이순신 장군은 그때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가정은 정경부인
온양 방씨에게 일임하신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도 해 봅니다.
통제사 보다는 아버지로 산다는 것이 더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도 회사와 가정의 양쪽 일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회사 일에 너무 매달려서 가정을 돌보지 못하여 가정에
적신호가 온다든지 너무도 가정적인 나머지 본인의 원대한 꿈도
이루지 못하고 승진의 기회나 사업의 기회를 잃고 전전긍긍하는
이들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요즈음은 여성들도 회사와 가정, 특히 육아에 쩔쩔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을까? 모든 것에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여 밸런스 감각을 살려서,
다시 말해 먼저 해야 하는 일의 순서를 정하는 것 입니다.
아버지로 산다는 것, 어머니로 산다는 것 어렵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리더십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거든요. 전방위적으로 발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