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4년1월20일(乙亥). 맑으나 바람이 크게 불고 몹시
추웠다. 각 배에 옷 없는 사람들이 거북처럼 꼬부리고
추워서 떠는 소리는 차마 듣기 어려웠다. 군량조차 오지
않으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낙안 군수(申浩), 우수사
우후(李延忠)가 와서 만나 보았다. 늦게 소비포 권관
(李英南), 웅천 현감(李運龍), 진해 현감(鄭沆) 등이 왔다.
병들어 죽은 사람들을 거두어 장사 지낼 책임자로 녹도
만호(宋汝悰)를 정해 보냈다.
1594년1월21일(庚子). 맑다. 아침에 본영의 격군
742명에게 술을 먹여 주었다. 광양 현감(魚泳潭)이
들어왔다. 저녁에 녹도 만호(宋汝悰)가 와서 보고하기를,
병들어 죽은 군사들의 시체 274구를 거두어 묻었다고 한다.
사로잡혀 갔다가 도망쳐서 돌아온 두 명을 원(元均)수사가
보내왔다. 적들의 정황에 대해 모조리 이야기하였으나
믿을 수가 없었다.
- 난중일기 - 에서 발췌
오늘 무척 추웠습니다. 외출할 때 사람들이 모두 코트와
털목도리, 털장갑 등 중무장을 하고 다닙니다.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와는
비교도 안되겠지요?
그 때에는 코트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대로 된 군복도 없이
무명옷 한 벌에 그것도 없어서 군사들이 떨고 있었으니 얼마나
추웠을까요? 설상가상으로 전염병까지 돌아 많은 군사들이
쓰러져 갑니다.
전쟁 중에 총사령관으로서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현장에서 부하들과 함께 고생하며 어렵게 극복해 나갑니다.
너무도 안타까워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삶과 죽음의 위기감으로 군사들이
힘들어 할 때 이순신은 몸소 실행하면서 부하들을 믿음으로
사랑으로 따뜻하게 보살핍니다. 신뢰를 심어 줍니다.
옛날 위나라의 장수 오기의 일화에서 오기는 모든 것을 일반
군사들과 함께 했다고 합니다. 리더는 부하들과 함께 할 때
믿고 따른다는 것, 지휘관이 솔선수범 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잘 대변해 줍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가, 어떻게 신뢰감을 주고
있는가? 부하들과 함께 현장에 있는가? 하고 반문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