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1593)과 갑오년(1594)에 걸쳐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여 군사와 백성들이
날마다 수없이 죽어 갔다.
1594년1월20일
병들어 죽은 이들을 거두어 장사 지내도록
녹도 만호 송여종(宋汝悰)을 차사원으로 정하여
21일에 214구, 22일에 217구를 거두어 묻어 주고,
4월1일에는 녹도, 장흥, 진도 등에서
이들에게 여제를 지내도록 지시하고
1595년7월14일에는 죽은 군사들에게
제사를 지내도록 쌀2섬을 내어 주었다.
어느 날 새벽
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죽어서 억울 하오이다! 하여 그 사연을 들어보니,
“총 칼에, 질병에 죽은 자들 모두 제사를 지내주어
위로 받았으나 우리들의 죽음은 제외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대들이 누구인가? 하고 자상하게 물어보니
바다에 빠져 죽은 귀신들입니다.”
원혼들이 슬피 우는 모습들이
가슴 깊이 파고들어서
손수 제문(祭文)을 지어 진혼제를 올렸다.
윗사람을 따르고 상관을 섬기는 일
그대들은 맡은 직책을 다하였건만
그대들을 위로하며 아끼고 사랑하는 일
나는 그런 덕이 부족했노라.
그대들 혼백을 한 자리에 부르노니
여기에 차려진 제물은 함께 받으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