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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에서 과거를 보게 해달라고 청하는 장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2-12-30

조회 22,148







진중에서 과거를 보게 해달라고 청하는 장계


삼가 품의드릴 일로 아뢰나이다.
지난 11월23일에 도착한 순찰사 이정암의 공문에서 말하기를, "무군사(撫軍司)의
공문에 의하면, 동궁(광해군)께서 전주로 내려오셔서 머무시면서 하삼도 무사들에게
과거시험장을 설치하여 선발하려 하는데....    (중략)

그러나 물길이 멀고 또 기일 내에 도착하기도 어려운데다가 왜적과 대치해 있는 상황에서
뜻밖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예용사들을 한꺼번에 내보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수군에 소속된 군사들의 경우에는, 경상도에서의 예에 따라 진중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그들의 소원을 풀어주시고, 또 시험과목 중에는 "말을 달리면서
활 쏘는 것"이 있는데, 먼 바다 위 외딴 섬에는 말을 달릴 만한 땅도 없습니다.

따라서 "말을 달리면서 활쏘기" 대신에 "편전(片箭) 쏘는 것"으로 시험 쳐서 뽑는다면
편리할 것 같습니다.  엎드려 조정의 선처를 바랍니다.
-  청어진중시재장(請於陳中試才狀(1593. 12. 29. 戊寅)  -

-  박기봉의 [충무공 이순신 전서]  -  에서 발췌


한산도에서 이순신은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제안 합니다.  광해군이 지휘하는 분조(分朝)에서는 괘씸하게 생각하여 벌을 주어야 한다고
하였으나  결국은 1594년 4월6일 난중일기 "별시(別試)를 열었다........"로 관철 시킵니다.

어떻게 보면 설득과 타협의 노련한 정치가의 한 단면을 보는것 같기도 합니다만 전시중에 
능력있는 인재를 확보 하려는 업무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모습과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하여 조선수군들의 사기진작과 충성심을 도모한 것 같습니다.

정말 용기있는 리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에 합격하면 양반이 되는 그런 시절이었으니
전쟁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장교가 되는 부하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인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에서 이순신의 굳세고 씩씩한 기운을 읽을 수 있습니다.

16세기 조선시대의 정서를 생각해 보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전시중이라 하더라도 조정에
이런 맹랑한 주장을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더우기 군사 일을 맡고 있는
고급장교로서 후일을 생각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이러한 행동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평소의 자기신뢰와 인내성 있는 용기라고 생각 합니다.

용기있는 행동!  점점 혼탁해 가는 이 시대가 간절히 요구하는 지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더가 먼저 나서고, 많이 배운 사람이 먼저 나서고, 가진 자가 먼저 나서고.... ...결국은 
솔선수범만이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하는 리더의 덕목인것 같습니다. 


글 이부경
010-2228-1151/pklee95@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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