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기만 하면 왜적에게 지는 원인이 무엇인가?
임금이 여러 대신들을 불러 만나보았다. 선 조 : 경들은 평양을 탈취할 수 있다고 보는가? 좌의정 윤두수 : 하늘의 뜻은 알 수 없으나 사람의 일로 말한다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호조판서 이성중 : 어찌 쉽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선 조 : 권율(權慄)의 보고서를 보니 의병들은 벌써 못 쓰게 되었고 충청도와 전라도에서도 계속하여 응원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충청도와 전라도에서는 자기 지방만 지킬 것이 아니라 군사를 징발하여 권율을 성원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비록 도성으로 곧바로 쳐들어가지는 못하더라도 황해도에 와서 주둔한다면 평양에 있는 왜적들이 뒤를 걱정하게 될 것이다. 나라의 쌀을 축내면서 쭈구리고 앉아 자칭 의병이라고 하는 것이야 누군들 못하겠는가. 도승지 유근 : 이미 심수경(沈守慶)에게 지시하여 황해도의 적을 와서 치라고 하였으나 군량이 걱정입니다. 선 조 : 예로부터 전쟁에서 형세는 비록 대등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일이 있었는데, 지금 왜놈과는 싸우면 늘 패하기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좌의정 윤두수 : 왜놈들은 훈련된 군사들이고 우리 군사는 규율이 없다보니 걸핏하면 지는 것입니다. 예조판서 윤근수 : 우리나라에서는 평상시에는 군사를 양성하지 않고 있다가 위급하게 되면 저자 거리의 백성들을 내몰아 싸우게 하니 어떻게 적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대사헌 김응남 : 우리나라의 군사도 옛날에는 정예롭고 강하였습니다. 훌륭한 장수만 있다면야 왜 이렇게 되겠습니까? 병조판서 이항복 : 아무리 훌륭한 장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훈련해 낼수는 없습니다.
- 박기봉의 [충무공 이순신 전서 중 선조실록 1593. 1. 5. 庚申] - 에서 발췌
남의 말 하듯이 하는 대신들의 자세가 다른나라 국무위원 회의록을 읽는듯한 느낌입니다. 임진왜란 발발 불과 2년전에 조선통신사들의 상반된 보고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것이다 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상황을 고려 한다면 이상할 것도 없지만 말입니다.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이순신은 묵묵히 미래에 다가올 전쟁에 대한 대비를 합니다. 체계적인 군사훈련도 개발하고 판옥선도 수리하고 거북선도 만들고 철저하게 정보도 수집합니다. 왜적들이 조선을 침략 할 것이라는 보고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지요.
처음에는 혹독한 훈련으로 부하장졸들의 거센 반발로 어려움도 많았으나 명을 어기는 이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원칙대로 처리하여 군율을 세우고 전투력을 증강시켜 나갔습니다. 조선수군이라야 그 당시 천대받는 종, 머슴, 노예, 스님 등 천민들이었으나 이순신 막하에서 훈련받음으로써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해군이 되었습니다.
한산대첩에서 크게 패한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다시는 조선수군과는 싸우지 마라". 는 명을 내렸습니다. 조그만한 정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수집하고 전투마다 새로운 전술로 훈련하고 준비한 이미 이겨놓고 싸우는 이순신은 히젠나고야성을 쌓고 조선침략을 일년동안이나 준비한 토요토미 히데요시 보다는 한 수 위라는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필자가 20여년 전에 네트워크 POS 시스템 사업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개 했을때 기업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인가, 미래에 큰 시장이 될것인가 시장조사를 했습니다.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 개발만으로 만족해야 했답니다.
이유는 사용자의 POS 시스템에 대한 운영능력, 세금에 대한 인식, 소비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유통문화, 등등 그리고 구체적인 사업의 수익모델이 되는 기획은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신규사업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이순신 제독의 유비무환의 리더십을 알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전문가이고 필히 준비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전쟁이 일어난 다음에 훈련하고 사태를 파악한다면 너무 늦은 것이지요. 지금 우리는 비지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 이부경 010-2228-1151/pklee9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