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을 기획한 리더들!


1597년6월19일(戊寅).  새벽에 닭이 세 번 울자 문을 나서서 원수 진영에
이르니 날이 밝았는데, 원수와 황 종사관이 나와 앉아 있었다.  원수(權慄)가
나에게 원공(元公: 元均)의 일을 말하기를, "통제사(元均)의 일은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는 조정에 청하여 안골과 가덕의 적들을 모조리 무찌른 뒤에 수군이
나아가 토벌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질질 끌면서
나아가지 않으려는 뜻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가 사천으로 가서 독촉을 해야겠다."
고 하였다.  내가 위에서 내려온 밀지(密旨)를 보니, [안골포에 있는 적들을
경솔하게 쳐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정오에 변덕기(卞德基), 덕장(德章: 右營의 아전), 변경완(卞慶琬), 변경남
(卞慶男)이 와서 만나보았다.  진사 이일장(李日章)도 왔다.  밤에 소나기가
크게 내려서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들어붓는 것 같았다.

-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  -  에서 발췌

칠천량해전은 이미 패전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군지휘부의 명령과 지시가
통하지 않았고, 임무를 맡은 장수들의 마음이 서로 맞지 않았으며 어떻게
전쟁을 수행하겠다는 전략이나 계획이 충분히 검토 되어 있지 않는 실패를
기획했습니다.  리더들은 그냥 시간만 죽이는 사무실 정치(Office politics)를
하고 있었습니다.

왜군은 준비되어 있지 않는 조선수군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이순신이 우려
했던데로 보기좋게 한 방 먹였습니다.  조선수군에 대한 그동안의 치욕을 단
한 번에 갚았습니다. 제해권을 확보한 왜군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전진합니다. 
왜성을 쌓으면서...

사업을 하다보면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스스로 알게 됩니다.  그것은 최종
결과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기획이 결여되면 준비가 부족하고 관료주의가
나타납니다.  그러면 조직이 혼란스러워지면서 회사 발전에 큰 장애가 됩니다.

나중에 칠천량해전의 패전 책임을 선조는 "이번의 패배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한 일이다." 라고 말하며 군신간에 서로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결국은 다시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게 됩니다만.....

"기획에 실패하면 실패를 기획하는 것이다.  목표들을 설정하고 목표 하나하나를
달성해 가는 단계들을 식별해내는 일은 많은 훈련과 의식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미국 트럼프 그룹의 CEO, 켈리 퍼듀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업계획서는 여러분의 사업과 더불어 진화하고 변화하는 살아있는 
계획이라야 하며 새로운 경쟁자가 생기고, 시장이 변화하고, 신기술이 등장하면
여러분의 회사도 끊임없이 사업계획을 조정하고 변경해야 합니다.  칠천량해전의
패전에서 배우는 교훈 입니다.  적어도 Plan B 라도 준비해야 한다고.....

글 이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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